20200923 뷰티 신화는 옛말, 화장품산업 '포스트 코로나' 생존전략 필요하다

작성일
2021.07.19
수정일
2021.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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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산업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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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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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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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주덕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융합대학원장

김주덕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융합대학원장
김주덕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융합대학원장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전 세계는 미래공상과학영화를 방불케 하는 사상 초유의 팬데믹 시대를 맞이했다. 올해 초 지금의 상황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듯 공교롭게도 같은 제목의 영화 ‘팬데믹’이 개봉한 것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미 지난해 연말 캐나다의 스타트업 ‘블루닷’의 AI 활용 보고서가 ‘세계적인 바이러스의 확산’을 사전 경고했다고 하니 지금의 사태를 누구도 예상치 못한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심지어 매년 연말 다음해에 유행할 세계 경제 트렌드를 예견하는 김난도 교수팀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가 지금과 같은 언택트(비대면) 시대의 도래를 주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7년의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간 우리 화장품업계는 얼마나 예민하게 시대의 흐름에 부응해왔을까.


이웃나라 일본이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남긴 뼈아픈 교훈을 디딤돌 삼아 ‘J-뷰티’ 신화의 재건을 꿈꾸는 사이 우리의 화장품업계는 ‘K-뷰티’의 성공이라는 과거의 영광에만 젖어 미래를 내다보지 못했다. 경고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켜진 상황이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시작된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로 50%가 훌쩍 넘던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 증가율은 2017년 순식간에 10%대로 추락했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단순했지만 이면에는 무섭게 성장한 중국의 경제 규모와 산업고도화가 도사리고 있었다. 소득수준이 높아진 중국의 소비자들이 더 이상 한국의 중저가 화장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전문가 분석도 뒤따랐다. 정치적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현재의 상태는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시장의 다변화와 함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실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눈앞의 현실에만 안주하던 화장품업계를 채찍질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해 8월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 증가율은 17.4%로 전체 수출액 감소세에도 SSD(167.3%), 의약품(90.1%), 바이오헬스(58.8%)와 더불어 두드러진 약진을 보였다. 코로나19의 위기가 한국 화장품의 강점인 기초제품과 목욕용 제품의 수출을 성장세로 이끈 것이다. 주목해야할 것은 한때 K-뷰티의 주역으로 각광받던 효자품목 마스크팩의 감소세다. 3년 전 전문가의 경고에도 상대적으로 연구개발과 인력투입 가성비가 뛰어난 마스크팩의 생산에만 급급했던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 증가율이 전년대비 3.6% 성장에 그친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때다.


한국의 화장품산업은 지난 수년간 한국 경제가 맞이한 숱한 위기의 순간을 지탱해준 붙임돌(구조물을 지지하는 외벽 석재)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K-뷰티’ 신화에 사로잡혀 현실을 외면하는 과오를 저질러서는 곤란하다. 바야흐로 언택트의 시대가 도래했다. 기존의 제조업 중심 마인드로는 그 어떤 산업도 생존할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화장품산업은 고객이 직접 사용해보는 감성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구매를 결정하는 대면식 체험 마케팅이 중요한 분야였던 만큼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특수가 언제까지 호재로 이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감한 기술개발 지원과 융복합 자원의 투입, 시대를 앞선 마케팅 전략 구축과 인재 개발양성이 없이는 미래시대 K-뷰티 신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다행히 한국은 정보통신과 디지털산업 강국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경쟁 우위에 서있다. 우리 정부 스스로도 규제와 감시의 틀을 깨고 화장품산업의 육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할 수 있을 것인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일본 화장품산업의 재기,그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몇 배에 달하는 연구개발 투자 예산 집행과 인력 투입, 과감한 정부지원정책이 있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원문출처: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922075917995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