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Issue] Queer Survived, Relished, and Fought in 2020 한글 인터뷰 전문

작성일
2020.12.15
수정일
2021.06.14
작성자
미러사
조회수
421
글번호
97989
첨부파일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


Part. 1 Women Who Gave Up Their Career - 여.페.넷과의 인터뷰


Q1. 여페넷이 처음 발족한 이유이기도 한 숙명여대 A양의 입학 포기가 일어난지 약 9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여페넷은 지금의 여대 혹은 대학, 나아가 대한민국은 어떤 것 같다고 느끼나요? 

A학생의 등록 포기 이후 트랜스젠더 권리 증진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연구조사를 시행하고,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흐름이 총선, 새로운 국회와 맞물려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 대학가에서는 온라인 익명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에서 일어나는 혐오표현이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2020년은 '혐오'와 '차별'이 무엇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러한 화두가 제대로 다뤄질만한, 논의의 배경이 될 공론장이 대학가 차원에서도, 한국 전체에서도 마땅치 않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한편 공론장의 개념과 그 정치성을 다시금 고려하게 되는 시점입니다. 이와 함께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실 상 '대중의 의지'라는 것이 플랫폼을 통해 정해지고 확산되는 지금, 언론신뢰성이 낮은 한국에서 '댓글'로 대표되는 의견은 모종의 거대한 흐름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대학생들이 쓰는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도 역시 이런 일들이 빈번해서, 그곳의 주류 의견에서 밀려난 소수자들은 신고/정지를 통해 그 커뮤니티의 입장권조차 얻지 못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Q2. 그만큼의 시간을 지나는 동안, 성명을 비롯해 토론회, 집회 등 다양한 행사를 주최하고 소화하셨어요.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A학생 등록포기 사건, 이를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의지가 주된 원동력이었습니다. A학생의 입학에 관한 기사 보도 이후, 서울권 여자대학 6곳의 학내 단체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성명을 작성하며 실질적 위협이 되는 액션을 취했습니다. '소수자를 배제하며 페미니즘을 말하는 행동'은 페미니즘에서 지향하는 평등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했고, 이에 동의하는 단위들이 모여 네트워크가 결성되었습니다. 


여성의 권리와 소수자의 권리는 동떨어진 개념이나 분리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다양한 개개인의 삶 속에서 복합적으로 권리 침해가 일어납니다. 평등한 세상을 위해서, 넘어서고 무너뜨려야할 위계들은 여성과 소수자를 단호하게 가로막는 벽으로 존재합니다. 그 벽을 함께 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여대의 구성원들이, 소수자들이 있음을 분명하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Q3. 여페넷이 지금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이슈는 무엇일까요?

정부측에서 발표한 황당무계한 낙태죄 입법예고안 이후의 대응책, 에브리타임 내의 혐오표현 이슈, 코로나로 인해 침해된 노동자 권리 등 다양합니다. 여러 단체가 모여 결성된 네트워크인만큼, 다양한 이슈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Q4. 여전히 대학이라는 공간은 여성에게 안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성추행을 저지르는 교수가 여전히 교단에 서고, 트랜스젠더나 페미니스트에게 폭력도 공공연히 가해집니다.    게다가 낙태 죄를 찬성하는 교수들도 일원으로 존재하죠. 이렇게 위험한 대학이라는 공간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려면 무엇이 가장 먼저 필요할까요?

노동자, 학생, 학교 본부 3주체 차원에서 권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현재 인권헌장을 학교 법인의 정관과 같은 위상을 가진, 고위 위계를 지닌 규정으로 제정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약속을 권위있게 구성원 차원에서 지정하고, 대학 공동체 차원에서 권리 인식 증진을 위한 여러가지 노력을 이어가야합니다. 규제적 방안을 먼저 실현하는 것에 주력하면서, 공동체문화 개선에 힘을 쏟아야할것입니다. 인권센터와 학내 자치단위의 협력 하에 이런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5. 올해는 여페넷에게 어떤 해였고, 내년에 대해서는 어떻게 기대하고 있나요?

올해는 여페넷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해였습니다. <여성공간의 안전을 상상하기> 토론회를 바탕으로 여대 공동체가 어떤 정체성을 지닌 곳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인지 고민하고 정리해나갔다면, 내년에는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우리 네트워크가 보다 체계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이어질수있도록 체제를 정비하고, 여대 내의 소수자 구성원이 입장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나가길 기대합니다.

Q6.  올해 여페넷의 활동을 간략하게 요약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여페넷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한가지 활동(성명, 토론회, 책 발간 등)은 무엇일까요?  

여페넷은 N번방 집회, 에브리타임 내 혐오표현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 낙태죄에 대한 성명, 동덕여대 H교수에 대한 성명, <여성 공간의 안전을 상상하기> 토론회 등을 이어 왔습니다. 그 중 여페넷의 정체성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기억에 남는 활동은 토론회였습니다. 토론회 준비의 과정에서 연대 단체들의 기고글을 보면서 서로 배운 점이 굉장히 많았고, 우리 스스로도 단체의 기치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초 A학생과 관련하여 작성한 성명, <페미니즘은 언제나 정상이 아닌 여성들과 함께해왔다> <다시, 경계를 넘어 전진하라>를 통해 여대라는 공간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보기로 구성원들이 동의했고, 여성/공간/공동체/안전이라는 키워드로 발제를 진행했습니다.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지, 우리가 바라는 안전이 무엇인지 나누는 과정에서 다시금 여대라는 공간이 결코 갇힌 공간이 아님을 감각할 수 있었습니다. 


Part. 2 How Queers Verify Their Presence - 닷페이스 대표 썸머님과의 인터뷰


Q1. 온라인 퍼레이드는 처음 어떻게 기획되었나요?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는 5월 말에 디자이너이자 온라인 퀴퍼 총괄이었던 헵시바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6월이면 매년 프라이드 먼쓰를 준비하면서 닷페이스는 어떤 이벤트를 할지 고민하곤 했었는데요. 올해는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광장에 모이는 게 불가능하게 된 상황이었어요. 그렇지만 일년에 한 번 뿐인 시기를 놓치는 게 아쉬워서, 우리가 온라인에서라도 만날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나이키 에어맥스 줄서기와 같이 온라인 피드에서 해시태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광경을 연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Q2. 개최 이후 다른 플랫폼에서 이를 따라하거나, 혐오 세력이 퍼레이드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그걸 지켜보면서 어떤 기분이셨나요?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재밌게 많은 행사를 진행하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온라인에서 모인다는 개념 자체는 닷페이스 고유의 아이디어가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닷페이스와 스투키 스튜디오가 열심히 만든 홈페이지를 그대로 따라하거나, 캐릭터 특징을 그대로 가져가는 방식으로 지적 재산권이 있는 부분들에 대해 침해한 사례들이 있어 대응하기도 했었습니다. 일부 어뷰징 계정이 퀴어 대상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진을 올리거나 하는 방식으로 퍼레이드를 방해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부분들에 대해 미리 예상하고 더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해 함께 참여한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좀 더 유쾌하고 안전한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할게요. 

 

Q3. 코로나를 겪는 퀴어들은 비퀴어들보다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에서조차 혐오를 마주해야 했고, 관련 국민 청원이 20만 답변을 돌파하기도 했어요. 그러한 위험에서 퀴어가 벗어날 수 있도록, 사회는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요?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뭐 하나를 콕 집어서 해야한다고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하고 자기 자신의 모습 그대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뻔한 말을 우리 사회가 더 구체적으로 여러 상황에 적용해 이해하게 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4. 닷페이스는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를 개최하는 것 외에도, n번방이나 환경 변화, 간호사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취재해왔잖아요. 올해 취재한 에피소드 중 어떤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나요? 또, 미러 독자들에게 영상을 하나 추천해줄 수 있다면 무엇을 추천해주고 싶나요?


낙태죄 폐지에 대한 이슈가 지금 뜨거운데요. 올해가 끝나기 전, 입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닷페이스의 <세탁소의 여자들>시리즈를 추천드려요.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임신중단의 권리를 두고 종교,국가와 싸워온 역사에 대해,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낙태 버스가 돌아다니던 시대를 지나 저출산을 문제 삼는 시대로 온 역사까지 총망라해 다룬 시리즈입니다. '범죄'로 낙인 찍지 않고도 사회가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기 위해 지금 시점에 시청하시면 좋을 콘텐츠입니다. 


Q5. 올해는 닷페이스에게 어떤 해였고, 내년에 대해서는 어떻게 기대하고 있나요?


올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온라인 퀴퍼 구호처럼,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라고 자부심 가득한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내년도 잘 해나가겠습니다.


Part 3. The First Law to Protect Minorities - 장혜영 국회의원과의 인터뷰


Q1. 차별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존재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헌법 제11조는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며 국민의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 주변에는 차별을 겪는 사람이나 혹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차별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차별금지법은 마스크와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마스크는 타인의 바이러스로부터 나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나의 바이러스로부터 타인을 보호하는 역할도 합니다. 차별금지법은 국민의 평등권을 일상에서 실현되도록 차별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가이드 라인으로 작용하여 나와 모두를 차별의 피해와 가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19라는 유례없는 재난을 겪으면서 많은 국민들이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더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지난 이태원클럽의 감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감염병과 더불어 차별과 혐오가 확산되고 있고, 확진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까지 생기면서 시민들이 자신의 동선을 숨기고 이것이 또 다른 감염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에 방역당국은 "차별과 혐오는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내기도 했는데요. 최근 인권위의 조사에 따르면 시민 10명 중 9명은 '나도 언제든 차별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고 합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단순히 소수를 위한 법이 아니라, 모두의 안전과 존엄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지금 당장 필요합니다.

 

Q2. 차별금지법을 남성, 혹은 범죄자 등에게 유리한 법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요?

 

대표 발의 의원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차별금지법은 명백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차별에서 보호하기 위한 법입니다. 이를 위해 차별금지법이 규정하는 성별, 학벌, 출신지, 성적지향 등의 사유는 실제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겪고 있는 차별의 목록을 규정한 것입니다. 특히 많은 여성이 젠더 폭력에 노출되고 취업의 기회에서 부당하게 밀려나거나 임금 격차를 겪는 등 여러 영역에서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차별을 더 강력히 호명하여, 여성들이 경험해온 차별을 사회적 문제로 드러내고, 이를 해소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평등법을 10년째 시행 중인 영국의 사례를 보면 평등법 이전에는 남성과 여성의 임금 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크게 대두되지 않았지만, 오늘날 영국에서는 직원이 250명이 넘는 모든 기관은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의 임금 격차 자료를 공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영국사회는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평등법에 근거해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합니다. 차별금지법은 이를 위한 기반을 제공한 것입니다.

또한 법이 규정하고 있는 중요한 차별 중에 성희롱이 있습니다. 성희롱은 이 사회에 존재하는 구조적 성차별과 떼려야 뗄 수 없이 일어나는 차별입니다. 법이 통과되면 적어도 사람들은 행동하기 전에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며 이는 차별에 대해 갖는 감수성과 성인지 감수성도 함께 성장할 거라고 봅니다.

   

Q3. 차별금지법 입법을 준비하시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그걸 이겨낼 수 있었던 까닭은 또 무엇이었을까요?

 

우선 법안을 발의하는 기본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10명의 의원을 설득하는 게 큰 과제였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이 10명이 없어 발의를 하지 못하기도 했는데요.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개원 1개월만에 10명의 의원이 모여 발의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만큼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해주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법 제정에 대한 기대도 높습니다.

 

사실 더 많은 의원들이 차별금지법의 취지에 공감은 하고 있지만, 조직된 반대에 부딪히면서 실제 발의에 나서는 것에는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반대에 절대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많은 국민들이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바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88.5%가 차별금지법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국민의 인권을 나중으로 미루고 있지만, 사실은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미 이루어졌는데 법과 제도가 특히 정치가 시민들의 감수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이 우리 사회의 모든 차별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어떠한 법도 없다면 사회적 약자는 계속 취약한 채로 남겨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모든 국민은 평등하고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차별이 존재하는데 이를 막을 수 있는 법률이 없는 시대를 살아야 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대단히 불행할 것입니다.

   

Q4. 먼 미래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차별금지법이 통과된 뒤에는 어떤 국정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이 일시에 사라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기본 가이드라인이 생겼으니, 이에 따라 조금 더 평등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들로 촘촘히 채워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발의한 법 중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의 근거를 마련하는 '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보장법‘은 평등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고, 또 어떤 가족의 형태로 살아가도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생활동반자법'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로 핀란드의 사례를 보면,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뒤에도 2017년도부터 ‘반혐오(against hate), 무지개인권(rainbow rights), 신뢰(trust) 프로젝트’를 2년간 추진했는데요. 단순히 법만 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함께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는 움직임, 문화와 교육 의 변화도 중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차근차근 평등을 입법한 결과, 핀란드의 최근 총선에서는 전체 국회의원 200명 중 94명이 여성으로, 그 비율이 47%에 달합니다. 총리는 여성이고, 동성커플의 가정에서 자랐고, 어린시절을 가난하게 보냈지만 그의 배경과는 상관없이 20대가 되자마자 직업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지금은 전세계 최연소 총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라는 말은 그 평등을 제일 실감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개인의 다른점이 배척받지 않고, 존중되는 사회라면 여성을 포함한 다양한 얼굴들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Q6. 의원님은 젊은 국회의원으로서 류호정 의원님과 함께 국회의 변화를 선도하고 계십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와닿는 변화가 있을까요? 또 그 변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디일까요?

 

여성이나 청년, 소수정당이라는 정체성이 우리 사회에서 주류에 위치하는 정체성은 아니기 때문에, 이미 오랫동안 유지되었던 기득권과는 관점이나 행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를 수밖에 없지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면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변화가 아닐까 합니다.

 

국회에서 이를 실감했던 것은 상임위 회의를 하던 도중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님이 어떤 정책의 한계를 설명하면서, '절름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제가 "이건 사실 장애를 비하하는 표현입니다"라고 정중하게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은 과한 지적이다, 심지어는 검열이라는 말까지 쓰면서 뭐가 잘못된 건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그 표현을 사용한 의원님이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죄송하다, 깊이 반성한다"라며 사과를 하셨습니다. 이렇게 서로 한걸음 나아가는 모습들이 저로서는 참 반가웠고 긍정적인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치란 결국 사람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제도인 만큼, 그 어떤 사람도 배제되지 않고 나설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7. 국회나 정치에 관심을 갖기 어려워하거나, 이미 지쳐버린 대학생들도 있어요.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거나,국회의원들이 20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인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 그럼에도 젊은 20대가 정치에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하는 게 좋을까요?

 

청년들이 정치에 지쳤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반응이며, 기존의 기득권 정치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시하는 정치 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는 여러 정치의 문제들을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 개인의 불행으로만 여긴다면 불평등은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 현실이 오랫동안 달라지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청년들이, 여성들이 기성 정치에 호소하거나 댓글을 다는 방식이 아니라 본문을 쓰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청년, 여성들이 권력을 가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사실 저도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장애를 가진 동생의 탈시설을 도우면서, 이에 필요한 복지 정책들과 사회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간절함에 비하여, 우리 정치가 변하는 속도는 너무 더뎠고 결국 이 변화를 직접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으로 직업정치인의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가장 우리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져 있지만, 또 가장 강력한 정치의 수단은 선거권입니다. 몇 개월 뒤면 서울, 부산시장의 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이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많은 여성과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감정을 바탕으로 실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최소한 표심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입니다.

   

Q8. 의원님은 지금까지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오셨어요. 영화를 찍고, 유튜브를 운영하고, 다양한 운동에 참여하시고, 이제는 국회의원이시구요.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라는 노래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죽임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 굶어죽지도 굶기지도 않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가사를 담고 있습니다. 정말로 이런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었고 이를 위해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창작자로서 유튜브,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사람들과 비전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국회의원으로서 그 비전을 이룰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제시하고 실현하고자 합니다.

 

다양한 일을 했지만, 결국 원동력은 하나입니다. 제가 가만히 있다가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입니다. 내가 그토록 원하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지금도 계속 저를 움직이게 만들고, 이러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Q9. 올해는 의원님에게 어떤 해였고, 내년에 대해서는 어떻게 기대하고 있나요?

 

올해는 제가 직업정치인으로서 보냈던 첫 해였습니다. 앞으로의 임기를 어떤 의정활동을 하며, 어떻게 변화를 꿈꿔야 할 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 시간은 어두운 방안에서 촛불을 켜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촛불을 시작으로, 이미 많은 변화는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촛불 하나를 발견하고 켜는 데는 참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알고 보니 옆에 촛불 하나가 더 있었고, 그 촛불을 밝히니 또 다른 촛불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의 문제를 들여다보면 얽히고설킨 다른 문제들이 드러나고, 결국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살아간다는 것을 이렇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가야 할 길은 한참 멀어 보일 수 있으나 절망할 시간조차 없습니다. 이제는 촛불뿐 아니라 그 촛불을 같이 들고 있는 사람들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들과 연대하며, 다정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것을 바꾸는데 두려움이 없는 정치인으로서 국민들께 다가가고자 합니다.

 

다음글
[Current Issue] Period Poverty is a Povert...
미러사 2021-03-11 21:16:05.0
이전글
[International] No Country for Women
미러사 2020-12-15 20:37: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