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④ 심리적 분석으로 본 ‘출산 거부’
결혼 만족도와 후속출산 비례
가구 소득은 비교적 영향 적어
후속출산 계획 있다는 어머니 84% 이상 7년 이내 또 출산
‘無계획’ 응답 85% 낳지 않아
‘잘모름’ 중 60%는 다시 출산
불확실 집단에 장려 정책 펴야
“South Korea’s Most Dangerous Enemy : Demographic(한국의 가장 위험한 적: 인구 구조).”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기사를 통해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의 핵무기나 미사일이 아니라 ‘인구 감소라는 시한폭탄’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중위연령은 1975년에서 2015년 사이 19.6세에서 40.9세로 급등했는데, 이 같은 변화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devastating)’”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국제통화기금(IMF) 금융 위기 수습 과정에서 계속 추락해 2001년부터 1.3명을 밑돌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1.19명을 기록하고, 지난해 0.98명으로 하락해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나타내는 등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조 급변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돌봄서비스, 양육 수당 지급, 보육료 지급, 유연근로 확대 등 저출산 해소를 위한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진경선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25일 아산사회복지재단의 학술연구사업으로 수행한 ‘저출산의 심리적 요인’ 연구를 통해 여성들이 출산을 거부하는 이유와 실제 출산과 출산계획 여부 등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한국아동패널조사 자료에 바탕을 둔 해당 연구에 따르면, 우선 기존에 자녀를 가진 부모가 후속출산 계획을 수립한 경우에는 대부분 후속출산을 실제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08년 조사 당시 자녀 중 만 0세인 자녀가 있으며, 후속출산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어머니 중 84.6%는 실제로 2015년까지 7년 내에 후속출산을 했다. 같은 조건에서 후속출산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어머니 중 85.3%는 실제로 2015년까지 7년 내 후속출산을 하지 않았다. 만 0세 자녀를 둔 어머니 중 후속출산계획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어머니들의 경우 이 중 60.2%가 7년 내 후속출산을 했고, 39.8%는 후속출산을 하지 않았다.
만 0세 자녀가 첫 자녀인 경우에도 결과는 비슷했다. 2008년 당시 후속출산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만 0세 한 자녀 어머니 중 87.5%는 실제로 2015년까지 7년 내에 후속출산을 했다. 같은 조건에서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어머니 중 56.2%는 실제로 7년 내에 후속출산을 하지 않았다. 계획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어머니들은 70.5%가 7년 내 후속출산을 했다.
진 교수는 “이 같은 빈도 분석 결과는 만 0세 자녀를 둔 어머니가 후속출산계획에 대해 비교적 명료하게 계획을 가지고 있을 경우 실제 이 계획이 7년 내 높은 확률로 시행된 것을 보여준다”며 “후속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육 초기에 후속출산 계획이 없거나 불확실한 집단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함의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연구는 자녀를 둔 어머니의 결혼 만족도, 양육 스트레스, 연령 등 요인이 후속출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밝혀냈다. 연구에 따르면 패널 자료의 조사 응답에서 결혼 만족도 점수가 1점 높아질수록 후속출산을 할 확률이 1.26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양육 스트레스의 경우 첫 자녀 양육의 스트레스가 1점 높을수록 후속출산을 할 확률은 0.76배 낮아졌다. 연령은 1세 높아질수록 0.78배 후속출산 확률이 낮아졌다. 이에 반해 가구 소득이나 어머니의 취업 상태 등 요인은 독립적으로 봤을 때는 위 요인들에 비해 후속출산 의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 교수는 아직 진행 중인 미혼의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출산 관련 욕구에 대한 연구 결과도 일부 소개했다. 예비연구로 서울 시내 여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 6명과 총 4회의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대학생의 이상적 자녀 수는 2명 이상인 경우가 대다수(5명)였다. 하지만 향후 출산 계획의 경우 2명은 자녀를 낳고 싶다고 응답한 반면 4명은 자녀를 낳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자녀를 낳고 싶다는 응답과 관련해 포커스 그룹에서 제시한 주요 요인은 ‘자녀 가치’ ‘가족에 대한 가치’로 나타났다. 자녀를 낳고 싶지 않다는 응답과 관련한 요인으로는 ‘미래 지향적 불안(취업, 집 마련에 대한 불안 등)’ ‘흙수저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음’, 그리고 ‘직업적 성공과 양육을 다 해낼 수 없을 것 같음’이라는 내용이 주로 나타났다.
예비연구에 이은 본연구에서는 기존 연구에서 주로 다뤄진 사회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성인의 애착의 질, 공정한 세상에 대한 믿음, 개인주의 등과 같은 개인의 친밀한 관계에 대한 심리적 변인과 더불어 사회적 상황에 대해 가진 가치관과 출산 의도와의 관계를 탐색하고자 했다. 진 교수는 “현재까지의 예비 분석 결과 미혼 20∼30대 여성의 경우 애착 설문에서 거부 반응이 클수록, 정당한 세상에 대한 개인적 믿음이 낮을수록, 그리고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높을수록 자녀를 가지고자 하는 욕구를 낮게 보였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저출산에 대한 연구가 대부분 인구학, 경제학, 사회복지학 등 차원에서 접근해 왔지만 출산 계획이 인간의 의사결정임을 고려하면 심리학 차원에서 새롭게 살펴봐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제언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