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속출산 포기 원인
독립에 대한 갈망·심리적 고립도
“아이 봐 주시는 이모님은 내가 너무 늦어지니까 내가 오면 바로 갈 수 있게 옷을 다 입고 준비를 하셨던 거예요. 근데 애가 그걸 보고 자기가 혼자 남을까 봐 너무 두려웠나 봐요. 애가 경기를 일으키면서 우는 거예요. CCTV를 보면서 퇴근길에 택시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한 자녀를 둔 ‘워킹맘’이 후속출산을 포기한 이유를 밝히며 고백한 양육 죄책감의 일부 내용이다.
진경선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25일 아산사회복지재단의 학술연구사업으로 수행한 ‘저출산의 심리적 요인’ 연구의 일환으로 두 자녀 이상을 출산하고자 했으나 첫 자녀의 양육 과정에서 이를 포기하게 된 한 자녀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해 후속출산을 포기하는 원인을 추적했다.
면접에서는 양육 죄책감을 비롯해 체념, 독립에 대한 갈망, 불공정성, 심리적 고립감 등이 후속출산을 포기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우선 후속 출산을 포기한 한 자녀 어머니들은 공통적으로 자녀가 부모에게 받아야 할 보살핌을 적절히 받지 못하는 것에 안쓰러워하며 죄책감과 미안함을 표현했다. 한 어머니는 “아직도 아이가 혼자 남는 것에 대해 무서워한다”며 “키울 때 생각만 하면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맞벌이 가정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양육 공백 시간에 대해 자녀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된다는 얘기다.
또 후속출산을 포기한 어머니들은 첫 자녀의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희망을 포기하는 경험을 했다. 한 어머니는 “결국은 아이 아빠도 그렇게 야근을 하는 게 자기가 더 잘하고 싶고 더 높이 올라가고 싶은 욕심이 있으니까 그러는 건데 그런 엄마 아빠를 만난 건 걔 선택이 아니잖아요”라며 여러 상황과 욕구 속에서 둘째 출산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양육 과정에서 한 인간으로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잃게 되는 경험을 보고하는 어머니도 있었다. 면접 과정에서 “결혼은 내 몸 하나만 컨트롤 할 수 있으면 되는데 출산은 절대 그게 내 의지대로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라는 고백이 나왔다.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가족 내 역할 분담이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경험과 배우자로부터 적절한 심리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점도 공통적으로 보고됐다. 육아에 대한 남편의 무관심도 둘째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셈이다. 진 교수는 “첫 자녀의 양육 경험에서 사회적 성취와 가정 및 자녀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 그리고 나아가 가족 구성원, 특히 배우자로부터 어머니가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얻고 있는가, 또한 어머니가 가정 내 역할 분담을 공정하게 지각하고 있는가와 같은 심리적 변인이 후속 자녀 출산 계획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