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자 화백은 일명 ‘버선의 화가'로 불린다. 버선을 작품 소재로 삼은 것은 20년이 훨씬 넘었다. 매끄럽고 날렵한 선의 미학을 지닌 버선은 ‘여인들의 깊은 애환과 꿈'을 지니고 잇다.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은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면서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버선이란 단일한 소재지만 평면회화 기법과 오브제적 요소, 입체조각들로 해석됨으로써 매번 색다른 감동을 자아낸다.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일정한 패턴의 기하학적 반복'이다. 전체적으론 단순화된 몇 가지 색면추상을 떠올리지만, 근접해서 보면 버선을 매개로 한 구체적인 형상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제정자 화백의 회화는 이성미와 감성미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