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150793
작성일
2026.01.15
수정일
2026.01.19
작성자
변시현
조회수
66

[대학혁신(2025)] 저자와의 만남: 물리학자의 질문법 <김상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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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김상욱 물리학자와 함께 질문을 다시 묻다

: 답을 서두르지 않는 사고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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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1일,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를 초청해 ‘저자와의 만남’ 강연이 열렸습니다. 이번 강연은 단순히 과학 이야기를 듣거나 책을 주제로 한 북토크를 넘어서, 우리가 질문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뤄야 하는지 자체를 생각해보게 한 자리였죠.   

강연은 강연–질의응답–사인 도서 추첨 순서로 진행됐는데, 분명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함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 보는 방식이었습니다. 형식보다 내용에, 답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질문 자체의 중요성에 무게를 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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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초반에는 물리학자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물리학이 산업혁명과 기술 발전을 이끌면서 문명의 변화를 주도해 왔지만, 그런 눈에 보이는 성과만으로 과학자의 모든 역할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전해졌죠.  

이날 강연에서 그려진 과학자의 모습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사고의 방식을 제안하는 이와 가까웠습니다. 특히 물리학자들이 항상 해온 일은 빠르게 정답을 내놓는 게 아니라, 이미 있던 질문을 다시 꺼내 놓는 과정이라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늘 당연하게 여겨지던 전제를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모두가 같은 질문을 던질 때일수록 질문 자체를 새로 구성하거나 ‘정말 우리가 뭘 묻고 있지?’라고 다시 성찰하는 게 물리학의 진짜 자세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과학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봐도, 새로운 답이 나왔던 순간보다 오히려 기존 질문이 완전히 다시 만들어졌던 때가 더 큰 전환점이었다는 점 역시 덧붙였습니다. 결국 과학의 발전이란 정답이 쌓여가는 과정이 아니라, 질문의 방향이 바뀌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져 왔다는 메시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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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맥락에서 물리학자들의 질문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문장이 나왔습니다.  

“물리학자는 질문을 받으면 곧바로 답하지 말라고 배웁니다.”  

이 말은 답을 피하거나 일부러 지식을 숨기려는 태도와는 다릅니다. 오히려 질문이 정확히 무엇을 묻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었죠.  

특히, 중요한 질문일수록 그 안에 담긴 전제와 상황을 먼저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이어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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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에서는 질문을 받으면 어떤 점들을 따져봐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질문 안의 단어들을 내가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지, 그 질문이 암묵적으로 어떤 상황이나 사실을 전제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전제가 실제 사실인지 단순한 가정인지 차례대로 살펴본다고 했습니다. 이런 점검을 건너뛰고 바로 답을 하면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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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은 이윽고 좀 더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질문으로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강연자가 던진 질문은 이렇습니다.  

“의자에 앉을 때 가장 좋은 자세는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에게 익숙한 질문일 겁니다. 허리를 펴라거나, 고개를 들어라거나, 모니터 높이를 맞추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죠.  

강연자는 이런 반응이 바로, 질문 자체가 한 가지 정답을 이미 전제로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때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어떤 답이 아니라, 질문 속에 담긴 가정이었습니다.  

‘가장 좋은 자세’라는 게 정말 존재할까? 오직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생각해도 될까? 이런 의문이 제기된 겁니다.  

질문을 아무 생각 없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생각의 폭이 이미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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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인간의 몸과 진화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인간도 동물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인간을 더 잘 이해하려면 다른 동물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 나왔죠.  

자연 상태에서 의자에 앉아 지내는 동물은 없습니다. 예전 인간의 조상들도 오랜 시간 앉아서 생활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이족보행으로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고,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하며, 발에는 아치가 있어 충격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옛날 인류가 동물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끝까지 뒤쫓아 사냥했다고 하는데, 이런 설명을 통해 인간의 몸이 가만히 있기보다는 계속 움직일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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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명은 곧바로 현대인의 생활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인간의 몸은 오랫동안 앉아서 지내거나 가만히 버티도록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점이 짚어졌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사고 없이도 허리 통증이나 디스크 같은 질환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자세 탓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신체 구조와 현대적인 생활 습관이 어긋나면서 생겨난 현상이라는 이야기가 이어졌지요.  

그래서 '좋은 자세'를 찾으려는 노력 자체가 어쩌면 질문을 잘못 던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함께 나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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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왜 의자에 앉기 시작했을까요? 흔히 ‘편리함’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그 시작은 권력과 깊이 관련이 있었다고 합니다.  

고대 사회에서 의자는 왕만 사용할 수 있는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누가 의자에 앉고, 누가 서 있거나 바닥에 앉느냐가 곧 사회적 서열을 보여주는 상징이었죠.  

이처럼 의자는 처음부터 편안함을 위한 가구라기보다는, 누가 더 높은 위치에 있는지를 드러내는 도구였다는 설명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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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의자는 점차 모두의 것이 되었습니다. 공장 노동자가 늘고 사무직 일자리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기계 옆이나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일하는 환경에 놓이게 됐죠.  

이 과정을 “의자의 민주화”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누구나 의자에 앉게 되었지만 그 대가가 고스란히 우리의 몸에 남았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또, 공교육이 퍼지면서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버티는 일이 중요한 학습 훈련 목표가 됐다는 점도 지적되었습니다.  

본래 아이들은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지만, 반복되는 훈련을 하면서 결국 하루의 대부분을 의자에 앉아 보내는 생활 방식에 적응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이 부분이 마무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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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은 처음에 던졌던 질문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의자에 앉는 가장 좋은 자세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강연자는, ‘딱 정해진 좋은 자세’는 없고, 가만히 멈춰 있는 상태에서 ‘최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앉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움직이느냐’였죠.


예를 들어, 50분쯤 앉아 있었다면 10분 정도는 꼭 움직여야 하며, 가능하다면 아예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인간의 몸 구조에 더 맞는 행동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강연은 중반부로 흘러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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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후반부에는 물리학에서 출발점이 되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으로 화제가 옮겨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물리학을 복잡한 수식이나 계산으로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바로 “우주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모든 것이 가만히 멈춘 상태가 자연스럽다고 여겼고, 결국 ‘움직임’이 설명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찰이 없다면, 물체가 영원히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일 수도 있다는 질문이 나오면서, ‘자연스러운 상태’의 기준이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이런 변화가 근대 과학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상태의 정의가 달라지자, 물리학에서 설명해야 할 내용도 바뀌었죠. 질문이 바뀌는 순간, 과학 자체의 구조도 달라진다는 점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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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이 끝난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강연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이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질문들로 퍼져 나갔습니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 인공지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 또 앞으로의 미래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무언가 뚜렷한 해답을 주기보다는, 앞서 질문이 어떤 전제에서 시작됐는지 먼저 점검하는 방식을 일관되게 지켰습니다. 질문이 많다는 건, 단순히 내용을 듣고 끝나는 게 아니라 각자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에 뛰어들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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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인공지능에 대한 질문들도 쏟아졌습니다. AI 기술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이것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고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강연자는, 인공지능을 당장 긍정하거나 부정하기 전에 먼저 질문의 방향을 점검해보라고 했습니다. AI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부터 생각하기 전에, 우리는 지금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부터 고민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인공지능은 이전 세대 기술과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만으로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도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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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응답의 마지막에는, 이렇게 변화가 많은 세상을 살아가며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강연자는 물리학에서 쓰는 사고방식을 예로 들며 설명했습니다. 아무리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운동이라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조건’이 분명히 있고, 에너지는 항상 보존된다는 원칙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세상이 크게 바뀌고 예측이 힘든 상황일수록, 정확하게 미래를 맞히려는 짐을 짊어지기보다는 ‘무엇이 변하지 않는가’를 먼저 찾아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런 생각법은 과학 영역을 넘어 사회나 교육을 바라보는 데도 충분히 쓸 수 있다는 점까지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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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연은 깔끔하게 결론을 내기보다는, 오히려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됐습니다. 정답을 빨리 찾으려 하기보다는, 서두르지 않고 질문을 던지고 기존의 전제를 의심하는 태도가 복잡한 문제를 풀어가는 데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자와의 만남’ 행사는 단순히 과학 지식을 전해주는 자리를 넘어, 우리 스스로의 사고방식과 질문하는 자세를 되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무엇을 아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묻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강연 전반을 관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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